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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수입된 80~90년대 콘솔게임기 (슈퍼컴보이, 재믹스, 플레이디아)

by 게임설명 블로그 2025. 10. 10.

한국에 수입된 80~90년대 콘솔게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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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수입된 80~90년대 콘솔게임기 (현대 슈퍼컴보이, 재믹스, 플레이디아)

1980~90년대는 콘솔게임기의 황금기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닌텐도, 세가, 아타리 같은 브랜드가 게임 시장을 주도하던 이 시기, 한국은 일본 문화 개방 이전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독특한 게임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일본 제품이 직접 유통되기 어려웠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해외 콘솔기기를 수입해 한국형 제품으로 재가공하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현지화된 버전을 유통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만의 고유한 콘솔 유통사례들이 생겼고, 이는 현재 레트로 게임 수집과 향수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세 가지 콘솔기기, 현대 슈퍼컴보이, 재믹스, 플레이디아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어떻게 수입·활용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현대 슈퍼컴보이 – 닌텐도 슈퍼패미컴의 정식 한국판

‘현대 슈퍼컴보이’는 1992년 현대전자가 일본 닌텐도와 정식 계약을 통해 한국에 들여온 슈퍼패미컴(Super Famicom)의 한국 라이선스 버전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90년에 발매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던 이 콘솔을, 한국에서는 ‘슈퍼컴보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수입하여 판매한 것이죠. 하드웨어 성능은 일본판과 동일하며, 외형과 게임팩 슬롯도 거의 같았지만, 제품 포장과 설명서, 이름 등이 한국형으로 커스터마이징되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일본 문화 수입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닌텐도라는 이름 자체가 공개적으로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대전자는 브랜드명을 제외한 형태로 제품을 들여오되, 콘텐츠는 동일하게 유지해 한국 소비자들이 슈퍼마리오 월드, 젤다의 전설, 캡틴날개 등 인기 타이틀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슈퍼컴보이는 특히 게임 대여점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게임팩을 직접 구매하기엔 가격이 부담됐던 시절, 동네 문방구나 대여점에서 ‘게임팩 1박 2일 500원’에 빌려 즐기는 것이 일상이었죠. 한국에서 정식 발매된 몇 안 되는 일본 콘솔이었기에 현재도 중고시장에서는 프리미엄이 붙는 희귀 수집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재믹스 – 국산 기술로 만든 콘솔형 MSX

‘재믹스(Zemmix)’는 1980년대 중반 금성사(현 LG전자)가 MSX 컴퓨터 기반으로 만든 국산 콘솔게임기입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ASCII가 공동 개발한 MSX 규격이 표준형 8비트 컴퓨터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금성사는 이를 기반으로 한국 환경에 맞춘 콘솔형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재믹스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키보드를 제거하고 조이스틱 조작만 가능한 형태로 MSX를 구현한 사례입니다. 이 게임기의 가장 큰 특징은 순수한 게임 전용 기기라는 점입니다. PC 기능은 배제하고 오직 MSX용 게임만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하여, 당시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표 게임으로는 ‘고인돌’, ‘이슈타르의 신전’, ‘보글보글’, ‘페르시아의 왕자’ 등이 있으며, 대부분 일본에서 개발된 타이틀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습니다. 또한 재믹스는 카세트테이프나 롬팩을 통해 게임을 실행하는 등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신기하고 혁신적인 시스템을 제공했습니다. TV에 RF 케이블로 연결해 화면을 출력하고, 단순한 조작 방식으로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형태였죠. 무엇보다 국산 기업이 자체 기술로 콘솔을 제작하고 보급했다는 점에서, 재믹스는 한국 콘솔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지금도 일부 MSX 마니아층에서는 복각 프로젝트나 에뮬레이터 등을 통해 재믹스 게임을 다시 즐기고 있습니다.

플레이디아 – 영상 기반 인터랙티브 콘솔의 실험

‘플레이디아(Playdia)’는 1994년 일본 반다이에서 출시한 CD 기반 콘솔로, 한국에는 정식 수입되진 않았지만 병행수입이나 일부 매니아층을 통해 소개된 특이한 사례입니다. 당시 기준으로 매우 진보된 콘셉트인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 콘솔’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비주얼 노벨이나 QTE(Quick Time Event) 형식의 게임 장르에 앞서가는 시스템을 제시했습니다. 이 게임기의 가장 큰 특징은 조작 중심이 아닌 영상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드래곤볼 Z’, ‘슬램덩크’, ‘건담’ 등의 인기 애니메이션 IP 기반 콘텐츠를 CD-ROM으로 제공하며, 플레이어는 이야기 도중에 선택지를 골라 전개를 바꾸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깁니다. 오늘날 비주얼 노벨이나 FMV 게임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죠. 한국에서는 공식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기기였습니다. 플레이디아는 콘솔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멀티미디어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레트로 수집가들 사이에서 희소성과 독창성 덕분에 주목받고 있습니다.

80~90년대 한국의 콘솔게임기 역사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문화적·제도적 제약 속에서 창의적으로 적응한 결과였습니다. 현대 슈퍼컴보이는 일본 닌텐도를 정식 수입한 모델로 대중화에 기여했고, 재믹스는 국산 기술로 콘솔을 구현한 유일한 사례이며, 플레이디아는 멀티미디어 게임의 가능성을 실험한 독특한 플랫폼이었습니다. 이들 게임기는 한국 콘솔 게임의 뿌리를 형성했으며, 현재도 복고 열풍 속에서 그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도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 꺼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