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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게임과 90년대 게임의 차이 (기술, 장르, 감성)

by 게임설명 블로그 2025. 10. 10.

80년대 게임과 90년대 게임의 차이
콘솔게임 이미지

1980년대와 1990년대는 게임 산업의 기틀이 완성된 시기였습니다. 80년대는 ‘게임의 탄생기’라면, 90년대는 ‘게임의 성장기’로 평가됩니다. 두 시기를 가르는 핵심은 기술 발전, 장르 다양화, 감성의 변화입니다. 단순히 재미로 즐기던 오락에서 예술적 표현과 서사가 담긴 문화 콘텐츠로 발전한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80년대와 90년대 게임의 차이를 기술, 장르, 감성 세 가지 측면에서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기술의 진화: 픽셀의 한계를 넘어서다

1980년대 게임은 기술적 제약이 극심했습니다. 8비트 기반의 컴퓨터나 콘솔이 주류였으며, 색상 수는 16컬러 이내, 해상도는 320×24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사운드 역시 단순한 비프음이나 3채널 멜로디 수준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들은 상상력을 극대화해 ‘팩맨’, ‘스페이스 인베이더’, ‘갤러그’, ‘동키콩’ 같은 명작을 탄생시켰습니다. 이 시기의 게임은 기술이 아니라 아이디어의 힘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면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16비트에서 32비트로 전환되었고, 그래픽 카드와 사운드 카드가 대중화되면서 시각적·청각적 완성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둠(DOOM)’과 ‘퀘이크(Quake)’ 같은 게임은 3D 엔진을 활용하여 입체적인 공간감을 구현했고, ‘파이널판타지 VI’와 ‘크로노 트리거’는 정교한 애니메이션과 음악으로 스토리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90년대는 CD-ROM의 등장으로 인해 데이터 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음성 대사와 실사 영상이 들어간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를 넘어, 게임을 하나의 영화적 경험으로 끌어올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80년대가 상상력의 시대였다면, 90년대는 표현력의 시대였던 셈입니다.

장르의 변화: 오락에서 서사로

1980년대 게임의 대부분은 간단한 조작과 반복적인 구조를 가진 아케이드형 게임이었습니다. 제한된 기술 속에서 플레이 타임을 길게 유지하기 위해 난이도를 높이고, 점수를 경쟁하는 형태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었죠. ‘테트리스’, ‘버블보블’, ‘마리오 브라더스’ 같은 게임은 단순한 구조임에도 중독성 강한 플레이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게임은 장르적 다양성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RPG(롤플레잉 게임), FPS(1인칭 슈팅),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등 세분화된 장르가 생겨났습니다. ‘문명(Civilization)’은 전략과 역사적 사고를 접목시켰고, ‘디아블로’는 액션과 RPG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또한 ‘심시티’, ‘심즈’ 같은 시뮬레이션 장르는 인간 사회의 복잡한 구조를 게임 속에 구현하며, 단순한 오락을 넘어 창조적 체험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시기에 국산 RPG ‘창세기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등장하면서, 서사 중심의 게임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장르의 발전은 단순히 게임의 형태만 바꾼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정체성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80년대 게이머가 ‘기술적 도전’을 즐겼다면, 90년대 게이머는 ‘세계관과 이야기의 몰입’을 추구하게 된 것입니다.

감성의 변화: 단순한 재미에서 감동으로

80년대 게임의 감성은 명확했습니다. 쉽고 빠른 재미, 그리고 경쟁이었습니다. 게임센터에서 동전을 넣고 친구와 점수를 겨루던 시절, 게임은 순수한 승부의 공간이었죠. 캐릭터의 서사나 감정선은 거의 없었고, “이기느냐 지느냐”가 유일한 목표였습니다. 90년대로 넘어오면서 게임의 감성은 훨씬 깊어졌습니다. ‘파이널판타지’, ‘젤다의 전설’, ‘크로노 트리거’ 등은 감정선이 뚜렷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하며 플레이어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엔딩을 본다는 개념이 생기고, 플레이어가 스토리의 일부가 되는 ‘참여형 서사 구조’가 발전했습니다. 또한 90년대 후반에는 게임음악이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감정 전달의 매개체로 작용했습니다. 사카구치 히로노부나 우에마츠 노부오 같은 작곡가들이 만든 OST는 플레이어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았고, 게임이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80년대의 게임이 단순한 경쟁이었다면, 90년대 게임은 인생의 한 장면을 담는 감성적 예술로 발전했습니다. 이 시기의 감정적 진화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스토리 중심 AAA 게임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80년대와 90년대 게임의 차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넘어, 인간의 상상력과 감성의 확장을 보여줍니다. 80년대가 아이디어의 순수함을 상징했다면, 90년대는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진정한 문화 콘텐츠의 시대였습니다. 두 시기는 모두 오늘날 게임산업의 근원이자 방향성을 제시한 ‘역사의 양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